[경기탑뉴스=박봉석 기자]
예산서에 적힌 80억6,600만원. 숫자만 놓고 보면 하나의 감액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로 포장만 고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면을 보강하고 차선을 정비하며, 집중호우 때 물이 빠져나갈 배수로까지 손보는 도로 유지관리 사업이기 때문이다.
오진택 경기도의원이 9일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이 예산을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의원은 제393회 임시회 제1차 건설교통위원회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도로 포장 유지관리 사업 예산이 남·북부를 합쳐 80억6,600만원 감액된 것을 지적했다.
그가 숫자와 함께 제시한 것은 화성의 한 도로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대 301호선. 지난 7월 6일 집중호우 당시 현장 사진을 회의장 화면에 띄웠다.
오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배수로 단절과 정비 미비로 집중호우가 시작되면 불과 5~10분 만에 도로가 물에 잠긴다. 차량이 오갈 수 없고 주민들의 발길까지 묶이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는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다. 아스팔트가 조금 낡았다고 해서 당장 생활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배수로 하나가 막혀 있다고 해서 맑은 날에는 그 위험이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비가 쏟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이 빠져나갈 길을 확보하지 못한 도로는 순식간에 통행로에서 장애물로 바뀐다.
오 의원이 도로 유지관리 예산을 단순한 포장공사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그가 제시한 대응 역시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 새 사업을 기다리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맨홀 내부에 쌓인 슬러지를 CCTV로 확인하고 배수로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하반기 안에 공사가 가능한 상습 침수구간에는 남은 예산을 우선 투입해 정비하자는 요구다.
가을철 집중호우에 대비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의 대응 속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 대응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관련 부서가 보다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다.
오 의원의 시선은 ‘얼마를 줄였느냐’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도민 안전 예산은 집행률이나 예산 실링을 핑계로 기계적 감액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안전과 직결된 예산의 성격을 강조했다.
실제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예산 설명이 아니다.
비가 올 때 물이 빠지는지, 맨홀이 제 역할을 하는지, 배수로가 끊겨 있지는 않은지 같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그래서 이번 예산 심사에서 매향리 현장을 함께 꺼내든 것은 의미가 있다. 숫자로 표시된 감액이 주민들의 일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진택 의원이 강조한 것도 결국 ‘사후 대응’보다 ‘사전 정비’에 가까웠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비를 투입하기보다 문제가 드러난 곳부터 미리 손보는 것이 도민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다.
특히 남은 예산 가운데 단기간에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상습 침수구간에 우선 투입해 달라는 주문은 현장의 시급성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행정으로 넘어간다.
매향리 301호선에서 반복되는 침수에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 감액된 도로 유지관리 예산 가운데 남은 재원이 실제 현장 개선으로 얼마나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오진택 의원이 예산서에서 발견한 숫자를 매향리의 현실과 연결시킨 만큼, 다음 단계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다.




